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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인과 글씨

2011-07-28 | 2777

 

강병인의 글씨는 책들도 울거나 웃거나 소리치거나 속삭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2009년 한국출판인회의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 수상 축하메시지 중에서-


_ 장은수(민음사 대표)

 


책은 따뜻하다.
모든 책에는 인간의 드라마가 있다.
한 줄 문장을 써 내기 위한 작가의 피와 땀, 책의 육체를 빚어내려는 편집자의 슬픔,

삶의 비의를 함께 들여다보려는 독자의 공감과 애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책을 인류 문화의 가장 높은 꼭짓점으로 고양한다. 
그러나 동시에 책은 차갑다. 제아무리 높은 인간적 성취를 담고 있더라도 
책은 본래 종이와 잉크로 이루어진 딱딱한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한밤중 시퍼런 어둠 속 서가에 가지런히 꽂힌 네모난 물체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 무의미가, 그 표정 없는 얼굴이 섬뜩하고 무섭다. 치 떨리게 두렵다.
강병인은 책을 사물의 무의미로부터 구출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책들 역시 ‘저마다의 고유한 운명’이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그리하여 강병인의 존재는 하나의 마법이고 기적이 된다. 
그는 사물로 멈추어 있으려는 책의 집착에 실금을 내고 책마다 고유한 표정을 돌려준다.

예술은 사물과 인간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강병인의 글씨는 책들도 울거나 웃거나 소리치거나 속삭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그러니 그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은 행운이다.
그는 차가운 책들의 세계에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주었다.

2009. 12.



. . .

?이 글은 2009년 출판인회의 올해의 디자이너상
수상소개 책자에 실을 축하의 메시지로
 
민음사 장은수 대표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늦게나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2011. 7. 28.

강병인 두손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