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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오후, 전시에 부쳤던 글

2011-09-28 | 2708

 

2011년 4월에 있었던 봄날오후 개인전에 

부쳤던 글을 옮겨 봅니다.


봄날의 오후, 글꽃 하나 피었네

 

봄날
봄날은 그리움이고 사무침이다.
바람 있어 꽃은 피어난다.
봄날은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을
다시금 세상으로 불러낸다.
봄날의 오후다.
축복이다.

한글도 그러하다.
이 땅의 모든 삶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자
그 삶을 영위케 하고 감각을 깨우는
참 우리글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세종 이도(李?)의 지극하고도
지극한 사랑 말이다.
눈물이 난다.

웃고 울고 소리치는 모든 삶.
어디 인간의 삶만 그러하던가.
바람소리
닭의 홰치는 소리마저
온전한 꼴과 소리로 들여오고 나가게 하니
우리네 삼라만상이 모두가 그러하다.

우주만물의 생성과 소멸이 있어
자연도 사람도
한글 속에서 나고 자라고 꽃 피운다.
그것이 바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다.

봄이 되어 싹이 나고 자라
마침내 꽃으로 피워지나
어찌 꽃으로만 살 수 있으리.
여름 가고 가을 그리고 겨울 되면
스스로 지울 수밖에.
초성이 종성 되고 종성이 다시 초성됨은
이와 같은 원리라.
그 오묘한 창제원리는 세상에 하나뿐이다.
한글 꼴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잊고 있었고 애써 찾지 않았던
한글 꼴의 자유로움을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고 싶다.

서(書)인가 그림인가.
아니다.
그림이어서는 안 된다.
서여야 한다.
뜻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그림이 있는 것이다.

다시 봄날

봄과 꽃이라는 글자를 통해
나를 찾아내고
나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것은 먼 길을 나서기 위한 출발이다.
그리고 나의 꿈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꿈.

허나 만권의 책을 가슴에 묻지 않고서는
나서는 그 길도 공허함만 가득할 터
오늘도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정진만이 오롯이 서 있을 뿐이다.

 

 

?2011.4.

꽃피는 봄날에
영묵(永墨) 강병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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