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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s Hangeul Story한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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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며

2014-10-09 | 208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며

한글은 우리의 문화와 삶을 살찌우는 바람이다

 

 

올해로 한글이 완성된 것은 571년, 반포로 보면 568년이 되는 2014년 10월 8일,

드디어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했다.

한글의 소중한 가치로 본다면 늦어도 한 참 늦었지만 그 기대와 함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 서예를 통해 한글을 제대로 만났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드러낸 궁체를 통해서 한글의 예술적 가치를 차츰 알게 되었다.


중학생 때는 교과서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이자 학자인 추사 김정희 선생을 만난 후

한글서예가의 길을 가겠다는 꿈을 갖게 되면서 영원히 먹과 함께 살겠다는 다짐으로

스스로 호를 지었다. 영묵永墨이다.

이후 줄곧 붓을 잡으면서 서예로 표현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글서예의 기본이 되는 판본체, 궁체는 ‘서체’의 정형화된 형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법고창신’의 정신에서 보면 서예가 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서풍을 넘어서는

다양한 글꼴을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추사 김정희의 한문 서예작품은 글의 뜻이나 대상에 따라 꼴과 구도가 변화무쌍하다.

글씨를 쓸 때 그 글의 뜻과 시점에 따라 해석이 다른 것이다.

필자는 한글서예의 기본이 되는 판본체나 궁체를 제대로 익힌 후에는 한글도 그 글의 뜻, 느낌,

말이 가진 소리, 형태를 글씨 속에 드러낸다면 한글 꼴은 더 다양하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부터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

즉 멋글씨를 통해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한글 꼴을 실험해 왔다.

 

세종의 지극한 사랑, 이 땅에 다시금 울려 퍼져야

한글은 잘 알다시피 글 모르는 일반 백성을 위한 세종대왕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는 문자이다.

바로 측은지심이다.

그 때문에 한글은 어렵지 않게,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타난 한글의 첫 모습은 어디까지나 한글의 원형으로서

그 꼴을 보다 다양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후손의 몫이다.

한글 제자원리를 살펴보면 모음은 하늘天과 땅地사이에 사람人, 즉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타난 제자원리의 하나인 ‘초성이 종성되고 종성이 초성 됨’이라는 말은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 겨울 되면 꽃이 지고, 다시 봄이 오면 꽃이 피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와 형상’을 담고 있으며, ‘앙앙’은 ‘엉엉’이 되고

‘통통’은 ‘퉁퉁’이 되는 것 또한 ‘자연의 순환의 원리’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쉽게 적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콩’은 소리도 콩이요 글꼴도 콩을 닮았으며, ‘칼’은 어떤가. 바로 이기불이理旣不二이다.

소리와 문자가 다르지 않다는 원리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게 시각화하는 한글의 상형성이다.

또한 초성과 중성, 종성은 반드시 모아서 써야만 비로소 소리가 나고 문자가 된다는 사실은

한글의 상형성을 넘어 입체성이자 이미지성이다.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주목한 것은 이 같은 한글의 제자원리이다.

필자는 이를 바탕으로 ‘글이 가진 의미를 형상에 담아내는 작업’을 해 왔다.

한글의 의미적 상형성象形性은 글꼴 안에 글자의 뜻과 소리, 형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글이 단순하기 때문에 멋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한글의 디자인적인 가치와

예술적인 가치를 새롭게 하고자 하였다.

 

땅에서 싹이 나고 가지가 되어 가지위에는 꽃이 만개하는 ‘봄’이라는 글자에서는 생명을 노래하고,

종성 ‘ㅊ’은 뿌리요, 모음 ‘ㅗ’는 가지요,

초성 ‘ㄲ’은 꽃잎과 이파리가 되니 ‘꽃’이라는 글자에는 어느새 나비가 날아든다.

‘춤’이란 글꼴에는 신명 나게 덩실거리며 춤추는 사람이 있다.

‘숲’이란 글자에는 깊은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웃음꽃’에는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춤을 추며 함께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꽃’과 ‘봄’은 화선지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앞에 서있기도 하고 걸어가기도 하고 피어나기도 한다.

 

한글박물관, 한글 꼴의 가치를 지키고 더욱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글 창제 정신 속에는 백성들의 지적 능력 확대와 창조적 힘을 키우려는

세종대왕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 이것을 오늘에 이어받아

한글을 한글답게 가꾸고 지켜야 하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한 몫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천년 동안 이어온 우리네 말과 소리를, 우리의 몸과 하늘과 땅에 맞게

시각화한 한글의 가치를 찾고 지키고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기록과 소통으로써의 문자 생활뿐 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가치,

예술적인 가치를 한층 끌어올려 한글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이를 통해 IT강국을 넘어 문화대국으로 나아가는 든든한 초석을 쌓아야 한다.

 

한글은 단순히 문자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물과 공기이며, 삶의 한부분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한글을 등한시 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한글박물관의 개관은 우리에게 한글의 소중한 치를 지키고 키우라는

엄숙한 명령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있어 꽃이 피어나듯, 한글은 우리의 문화와 삶을 살찌우는 바람이다.

이 큰 한글을 지키고 키우는 일에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말을 지키고 나아가 꼴을 키워야 한다.



2014년 10월 9일

한글완성 571년, 한글반포 568년

 

글_강병인 

멋글씨 작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 국립한글박물관 후원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