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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38기 수료전 서통書通전에 부치는 글

2018-03-12 | 309

캘리그라피 술통 38기 수료전

서통書通전에 부치는 글

 

 

글과 글씨의 공간, 서촌을 노래하다

 

올해 초 홍대앞 상수동에서 이곳 서촌으로 저는 작업실을 옮겼습니다.
서촌은 세종이 나신 곳이라 세종마을이라고도 부릅니다.
서촌은 인왕산을 위로 두고 아래로는 길따라 물길따라 세월이 흘렀고 그 세월은 참 큰 사람들을 길러 내었습니다.

1397년 세종 이도를 낳았고, 세종으로 하여금 1443년에는 한글낳게 하였으니,
세상 그 어느 곳 보다 특별한 공간입니다. 한글이 만들어진 집현전은 수정전 안에 있던 기관으로
바로 서촌과 담하나 사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정전은 근정전 서쪽에 위치함으로써
서촌과 더욱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고 이곳이 세종대왕이 나신 곳이라는 점과 한글의 탄생이라는 의미만을 가진 공간은 아닙니다.
가장 존경하고 정신적인 스승으로 삼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글씨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이자 송강 정철, 겸재 정선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이곳에 기반을 두고 조선의 문화를 꽃피운 곳이기도 합니다
.

근대에 와서는 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의 예술가들이 모두 서촌 주민이었으니
시간과 공간
, 사람들이 연결되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저는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트면서 공간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세종의 한글정신을 잇는 이들이 꿈꾸는 터

 

글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새롭게 문자를 만들고 만백성들의 지적능력 향상을 통해 보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세종대왕의 한글정신을 다시금 새기고
한글한글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한글을 더욱 꽃피우는 일을 하자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

 

이곳에서 캘리그라피 술통 첫 수업을 시작한 기수가 38기입니다. 이들은 상수동 기수와는 다르게
스스로를
서촌1기생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렇다고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캘리그라피술통 수업은 지역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세종의 한글정신을 바탕으로 두고 공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수료전의 주제는 서통書通입니다. 통을 끝자로 하는 전통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지만
공간과 서예가
, 시인들이 연결된 西村서촌의 이야기들은 글과 글씨를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서촌을 오고가며 만지고 느끼고 보았던 이야기들을 글씨로 담아는 내는 것 외에도 서촌이 만들어낸 아니 서촌에 연결된
서예가
, 시인, 화가들의 삶을 추적하며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에 불러내는 시간을 가지고
그것을 글씨로 표현하는 전시입니다
.

西村서촌書村서촌이 되는 연결의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서푼짜리 글씨, 어제를 만나다

본 수업과 전시준비 동안의 공부를 합하면 약 6개월 여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글을 먼저 알고
그 다음이 서예였으며
, 그리고 캘리그라피였습니다.

비록 짧은 과정의 수업이었지만 참여 작가들은 정말 열과 성의로 글씨를 대하고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작가들 스스로의 글씨를 서푼짜리라고 말했지만 서푼짜리가 보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여깁니다.
다만 이 수료전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말입니다.

 

봄에 만나서 가을의 결실을 얻는 이 전시에 온 힘을 기울여 준 오전오후 반장님과 전시준비위원분들,
그리고 훌륭한 작품 내어주신 참여 작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글창제 572, 한글반포 569

가을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는 어느 날

 

20151024

 

한밝 강병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