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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33기 수료전 '양념통'에 부치는 글

2014-04-28 | 387

 

술통33기 수료전에 참석한 선후배 단체 기념촬영

 

 

 

술통 33기 수료전 '양념통'에 부치는 글

우리의 글씨는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붓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줄곧 붓을 잡아 글씨 쓰는 것을 꿈으로 또 낙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디자이너로써 오랜 생활을 하면서 잘 쓰던 못 쓰던 서예는
저의 삶의 일부이자 전부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가진 여러 표현수단과 서예가 가진 정신적이고도 
감성적인 표현방법들을 접목한 캘리그라피, 당시는 디자인서예의 길로 발을 옮기게 됩니다.

그 당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간다고 여겼고, 그것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와는 다르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예를 디자인에 접목시켜 보겠다는 분들도 계셔서 외롭지 않게
이 길을 함께 걸어 왓습니다.

그러나 저는 ‘캘리그라피’라는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 정도의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과 서예를 접목한 디자인서예, 즉 캘리그라피를 
하나의 디자인장르로 발전시켜 제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서예를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자립해보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조심스럽지만 90년 대 말까지만 해도 일반 국민들이나 디자이너들이 
‘한글은 단순해서 멋이 없다’ 
‘한글은 못났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캘리그라피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고쳐보자’였습니다.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양한 꼴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주자’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니, 즐기자. 오직 좋은 글씨를 보여주고 
그 속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자. 결코 돈만 벌려고 하지 말자’라는 다짐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캘리그라피’ 분야는 이제 어엿한 직업군이 되었고,
2000년 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캘리그라피 분야를 키워낸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한글 캘리그라피를 통해 바라보는 한글의 조형성에 대한
시각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저 또한 글씨 쓰는 것을 즐기다 보니 IMF 때 겪게 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고 
경제적 어려움도 조금씩 덜게 되었습니다.

제 작업실 이름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술통’입니다.‘술술 잘 통하는 세상’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술은 많이 먹으면 패가망신할 수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과하지 않게 마시는 술은 세상을 보다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술통’이라 이름지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술 한잔 오고가면 닫힌 마음을 열게 되는
좋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로 ‘나의 손으로 쓰여진 글씨하나가 세상을 보다 부드럽게 하거나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양념이 되어야 한다‘는 결의가 있었습니다.

이번 술통 일반과정 33기 수료전의 주제가 ‘양념통’입니다.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 우리의 글씨는 바로 양념이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들이 모이면 한글의 아름다움이나 캘리그라피의 가치를 담는 
중요한 양념통이 될 것입니다.

내 손으로 쓰여진 글씨가 세상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함부로 
글씨를 쓸 수 없습니다. 부단한 자기 공부가 뒤따라야만 세상에 양념이 되는
글씨가 나올 수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33기 여러분, 바쁜 일상 중에도 이번 수료전에 임하여 멋진 작품들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료전은 다시 글씨 공부의 시작임을 잘 알 것입니다. 
3개월 여간의 수업과 2달여 간의 전시준비를 통한 공부는 오직 좋은 캘리그라피, 
글씨를 위한 기초를 쌓았다는 생각으로 
더욱 더 많은 글씨공부를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 4. 28.
강병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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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결코 이번 참사를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