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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37기 화통花通 수료전에 부치는 글

2018-03-12 | 3653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37화통花通 수료전에 부치는 글

우리의 말과 글은 꽃이 되리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김춘수의 꽃 중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중략, 김소월의 진달래꽃 중에서
 

위의 두 시는 꽃을 주제로 한 시입니다. 그렇지만 작가적 시점도 다르고 내용도 다릅니다.
김춘수의 꽃에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통해서 소통하고 의미를 부여했을 때 생성되는 것이 존재의 의미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간결한 시어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반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임을 보내는 그 슬픔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인고의 정신을 노래한 시이자,
님에 대한 영원한 순종의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것은 어쩌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영원한 사랑도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 두 시를 통해 캘리그라피의 가치를 역설하곤 했습니다.

 

법고창신은 옛 것을 토대로 하되 그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글 서예나 캘리그라피의 토대인 판본체나 궁서체 등을
제대로 익힌 후에는 그것을 깨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그렇지만 90년 대 말까지만 해도 한글서예전에서 본 이 두 시는
내용이나 시인이 다름에도 같은 궁서체로 작품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시점이나 내용, 시어가 다르면
그 서예작품도 글꼴이나 구도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 이것이 내가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작하면서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
이를 통해 한글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자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궁서체로 된 작품들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법고창신
술통교육의 변할 수 없는 가치이자
, 법고없이 창신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술통 37기 수료전의 주제는 화통花通입니다.
꽃을 노래할 뿐만 아니라 꽃이 내게 주는 의미를 글씨로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리하여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은 모두 꽃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꽃으로 피어난 글씨는 다시 세상의 큰 의미가 되어 보는 것이겠지요..
나의 손으로 씌여진 글씨가 그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는 이번 수료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마음과 머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꽃이 되지 않은 글씨는 이미 꽃이 아니오,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글씨는 결코 머리나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술통 일반과정의 수업은 약 3개월 과정으로 되어 있으나, 정규 수업이 끝나고 수료전을 준비하는 기간을 합치면 5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2~3
개월을 더 공부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규수업보다 더 치열한 공부가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이를 자신만의 글씨를 표현하는 과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37기 전에 참여하는 분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글씨를 대하는 태도나 실력들이 한결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기쁨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작품준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늘 따르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거명하긴 힘들지만 이번 37기 역시 앞선 이가 있으면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참 고마울 뿐입니다.

이 고마움에 보답하는 것은 나 자신 역시 더 좋은 글씨, 더 의미있는 글씨를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캘리그라피를 더욱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캘리그리피를 사랑하는 이, 모두의 의무이자 권리이겠지요.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는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훌륭한 작품과 수료전을 준비해준 전시준비위 전지현씨를 비롯 반장님,
그리고 모든 작가분들에게 깊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15620

 

세종대왕 나신 인왕산 자락 아래

비님 오시길 기다리며

 

영묵 강병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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