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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작가과정 8기 수료전에 부치는 글

2014-12-13 | 304

 

 

전문작가과정 8기 수료전에 부치는 글

글, 봄여름가을겨울



글씨, 우리네 삶과 소리를 다듬고 꽃피워야

 

한글, 그 창제원리에는 천인지, 즉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기본철학으로 삼았다.

이는 곧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초성은 하늘이요, 종성은 땅이며, 중성은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는 문자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 철학이다.

사람(중성)을 중심에 놓고 위와 아래, 동서남북으로 초성(하늘)과 종성(땅)을 배치하였다.

이렇게 한글은 다른 문자와 달리 초성, 중성, 종성이라는 삼분법(三分法)의

분명한 구조를 가지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과 조화로움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를 제자원리에 응용하고 있으니 바로 순환의 원리이다.

‘ㅗ’는 ‘ㅜ’가 되고, ‘ㅓ’는 ‘ㅏ’가 되는 원리를 통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쉽게 적도록 하였고,

초성이 종성되고 종성은 초성이 되는 것, 이 또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이니

한글은 음양오행과 만물의 생성원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겨우내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해 영양분을 저장하는 겨울,

모든 생명을 다시금 깨우는 봄,

그 속에 태어난 생명들을 키우는 여름, 
그리고 결실을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가을.

이렇듯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소리를 온전히 드러내며

만백성의 지적능력을 키우고 문화를 살찌우며 꽃피우는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강병인글씨연구소 전문작가과정 8기 수료전의 주제는 '한글, 봄여름가을겨울'이다.

우리는 초봄부터 만나 멋글씨, 캘리그라피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를 하며 달려왔다.

훌륭한 옛 글씨들에 대한 올바른 임서와 공부를 통해 오랫동안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그 싹을 틔워 가지를 만들고,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통해 가지위에 꽃을 피우는 과정은 자신의 글씨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세상에 의미가 되는 작품을 내어놓는 과정이었다.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길이다.

무엇보다 창신創新의 길이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글씨는 한글의 제자원리처럼 결국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소리를 다듬고 아름답게 꽃피워야 한다’는 점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한글’을 주제로 그동안의 공부에 대한 결과물을

부족하지만 내어보이게 되었다.

 

부족함을 알기에, 부족하기에 채울 수 있음으로 우리는 또 길을 나설 것이다.

이토록 차가운 겨울도 봄이 되면 얼었던 땅을 녹이고

그 위에 찬란한 꽃을 피우는 진리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세상에 보다 큰 의미가 되는 글씨를 내어놓기 위해

우리의 발걸음은 힘들지만 계속될 것이다.

 

 

2014년 12월 13일

다시 올 봄을 기다리며

 

영묵 강병인